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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철근 누락 아파트 파주운정·아산탕정 등 15곳 더 있었다.

by 카이사르000 202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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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운정과 아산 탕정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단지 중 무량판으로 설계된 지하 주차장 중 철근 시공이 미흡한 15개 아파트 단지가 공개됐다.

 

91개 中 15개 단지서 철근 누락…

원 장관 "보강 조치 후 정밀안전 점검할 것"31일 오후 국토교통부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자를 공개했다. 이번에 진행된 전수조사는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같은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아파트 91곳에만 진행됐다.

 

그 결과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조사된 단지는 총 15개로 집계됐다. 이중 설계 문제로 인한 부실시공은 11개 단지로 전체 73%에 달했다. 무량판 구조는 천장을 지지하는 수평구조 부재인 보(Beam)나 벽이 없는 건축 구조다. 주로 기둥과 슬래브(Slab)로 구성되며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보강 철근이 들어가야 한다.

 

철근이 누락된 단지 중 준공이 완료된 단지는 9곳, 공사 중인 단지는 6곳으로 나타났다. 준공이 완료되는 단지 중에는 파주 운정과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음성 금석, 공주 월송 등 5곳이 이미 입주를 마쳐 보강공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 완료 9곳 구조계산 미흡 등

파주 운정 A34에 위치한 1448가구 규모의 임대 아파트는 지난해 6월 준공돼 같은 해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이 단지는 지하 주차장 기둥 총 464개 중 331개에 전단 보강근이 포함돼야 했지만 12개 기둥에서 철근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흡 사유는 설계 단계에서 구조 계산이 미반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남양주별내 A25에 380가구 규모의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의 302개 기둥 중 126개 기둥에 철근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설계 단계에서 배근도 이해와 도면 검토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슬래브를 보완하는 보강공사를 곧 진행할 예정으로 오는 9월 30일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LH 설계 문제 된 단지 73%

이 외 설계의 문제로 철근이 누락된 단지는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 RH11 (822가구) △수서역세권 A-3 BL(597가구) △수원 당수 A3(400가구) △오산 세교 2 A6(767가구) 등이다.

 

시공상의 문제가 있던 단지는 △음성 금석 A2(500가구), 시공사 이수건설 △공주 월송 A4(820가구), 시공사 남영건설 △아산 탕정 2-A14(1139가구), 시공사 양우종합건설 등이다.

 

현재 공사 중인 단지 6곳 중에서는 에이스건설이 짓는 양산 소송 A-2(479가구) 외 5곳이 전부 설계상의 문제로 철근이 누락됐다. 특히 양주회천 A15(880가구)는 무량판 구조로 시공되는 154개 기둥 전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누락 사유는 설계상 문제로 구조계산이 미반영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지는 슬래브 보완과 기둥 신설 등 보강공사 중이다. 공사는 내달 10일 완료될 예정이다. 이 밖에 △광주선운2 A2(606가구) △양산 소송 A-8 BL(808가구) △파주운정3 A23(1012가구) △인천가정2 A-1BL(510가구)에서 구조계산 미흡·미반영 등의 사유로 철근이 누락됐다.

 

이한준 LH 사장은 "보강공사를 끝낸 후 입주민들이 안전 점검을 요구한다면 제3자가 믿을 수 있는 기관에 추가로 맡길 것"이라며 "해당 안전진단을 통해서 입주민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때까지 LH가 무한 책임을 가지고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LH 공공주택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을 물어야 하는 모든 관계자에 대해선 수사 고발과 법적인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계·시공 등 총체적 문제…'철근 누락' 공개 아파트 주민 냉가슴

지난해 1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201동의 39층 바닥 면부터 23층 천장까지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정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설계도와 다르게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 방식을 임의 변경해 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장에서 채취된 콘크리트의 강도 역시 허용범위에 미달되는 수준이었다.

 

올해 4월에는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에서 상부 슬래브가 무너져내렸다. 설계부터 기둥 32개 중 15개에서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됐고, 시공 과정에서도 최소 4개 이상의 기둥에서 철근을 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검단 단지 같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지하주차장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거쳐 ‘철근 누락’ 현장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LH사태 논의 고위당정협의회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첫 번째)가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부실 시공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당정은 이날 아파트 입주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입주예정자에게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2일 건설업계에서는 연이은 부실 건축물 논란은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모든 공사 과정의 총체적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공사 모든 단계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업계 전반의 안전 의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수십년간 ‘벽식 구조’ 건설이 관행 철근 등 공사비 급등도 원인 지목 “지상공간도 철근 누락 살펴봐야”

이번에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단지 중 10곳은 공사의 첫 단추인 설계부터 문제였다. 무량판 구조는 대들보를 없애고 기둥이 슬래브를 받치는 형식인 만큼 기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철근을 충분히 감아 주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이들 단지는 설계 때부터 하중 보완을 위한 철근 개수를 잘못 계산하거나 단순 실수로 아예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5개 단지는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했다. 다른 층의 도면을 잘못 보고 철근 배근을 하느라 있어야 할 철근이 빠진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15개 단지 모두 감리를 맡은 업체가 철근 누락을 잡아내지 못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수십년 간 벽식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설계와 기술 전문가 중에서 무량판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설계가 제대로 됐다고 해도 일부 현장에서는 안이하게 철근 몇 개는 빠져도 무방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등한 공사비도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2020년 상반기 1t당 541달러였던 철근 가격은 올해 상반기에는 1031달러로 2배 가까이 뛰었다. 2년 전 1t당 7만5000원대였던 시멘트값은 최근 12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공사 기간을 촉박하게 잡는 바람에 안전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금은 지하주차장의 무량판 구조만 전수조사하고 있는데, 지상 공간도 철근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LH 아파트든 민간 아파트든 전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토부가 철근이 빠진 15개 아파트의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를 초과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최 교수는 “콘크리트 강도에 대한 조사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팬데믹 때 외국인 인력 막혔는데 공사는 급증 미숙련자 대거 투입 ‘전관’ 용역업체 감독 미비 ‘합작품’ LH 감리 5곳은 법정인력 못 미쳐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도 “부실 시공은 코로나19 때 나온 (건설 현장의) 전반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 외국인 근로자들은 못 들어오는데 집값 폭등으로 분양이 늘면서 현장 경험이나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투입됐다”며 “현장에서 일을 대충하는지 감리가 확인했어야 하는데 자세히 보지 않았던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LH의 전관예우 관행이 역량 미달의 설계·시공사를 선정하는 데 일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 검단 아파트는 하청에 재하청이 이러지면서 구조기술사도 없는 무자격 업체가 설계를 담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에 따르면 LH에서 근무한 2급 이상 퇴직자가 최근 5년간 재취업한 용역업체 중 LH와 계약한 업체는 9곳이었다. 이들 업체에 재취업한 2급 이상 퇴직자는 총 10명이었다.

 

이들이 2019년부터 올해까지 LH와 계약한 설계·감리 건수는 204건, 규모는 2319억원 수준이었다.LH는 공사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퇴직자의 규모가 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련 업계의 재취업이 많은 것이라며 전관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건설업계에서는 LH 퇴직자의 직접적인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유·무형의 입찰 노하우를 파악하기 위해 ‘퇴직자 모셔 오기’ 경쟁이 일상화돼 있다고 토로한다.

 

전관업체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부실 단지 15곳 중 LH가 직접 감리한 5곳은 법정 기준 절반 수준의 인원만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충남 공주의 LH 아파트 단지는 8명 이상의 감리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업무를 담당한 건 2명뿐이었고, 그마저도 비상주 인력이었다.

“주민들 당장 이사하기도 힘든데 무작정 명단 밝혀야 했나” 토로 보강공사 외부 언급 금지하기도

‘집값 떨어질라’ 쉬쉬… 입주민 단톡방엔 ‘LH 성토’ 들끓어.

“저희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사는 아파트로 맞바꿔 살면 좋겠다 등 분통 어린 목소리가 가득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철근 누락, 일명 ‘순살 아파트’로 확인해 발표한 단지들에서 2일 안전 우려와 함께 집값 하락·이사 걱정 ‘3중고’가 커지고 있다.충남 아산 탕정 LH14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모(36)씨는 “화를 밖으로 노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는 LH와 건설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강모(31)씨는 “크고 작은 소음, 특히 심야에 들리는 충돌음이나 층간소음 진동에도 아파트 무너지는 것 아닌가 가슴 졸인다”고 말했다. 아산 14단지는 가장 넓은 집이 44㎡로 대부분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약자를 위해 만든 행복주택이다.

 

다른 철근 누락 아파트인 충남 공주시 월송LH천년나무4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모(43)씨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지만 재산상 손실을 우려해 밖으로 표현은 못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정부와 LH가 내놓을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주민들의 불안·집값 하락·이사 걱정을 생각했다면 무작정 철근 부족 아파트라고 공개하기에 앞서 구체적으로 얼마큼 부실시공이 있었는지와 안전 진단 일정 등 대응책을 제시하면서 아파트 이름을 공개했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 강남구 수서 역세권 A-3BL 단지(분양)는 안전에 대한 불안이 작지 않지만 집값 하락 걱정에 ‘벙어리 냉가슴’이다.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기둥 345개 가운데 5개가 미흡 판정을 받은 후 보강 공사를 완료해서인지 큰 반발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전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있지만 집값 하락 걱정이 앞선 때문으로 보인다. 이곳 입주민들은 부실 공사 관련 내용을 외부에 언급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상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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