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격차가 1400원까지 좁혀졌다. 12차례 회의를 통해 2590원에서 1400원 선까지 줄어들었다. 다만 여전히 큰 차이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의 '심의 촉진 구간' 설정도 배제할 수 없다. 노사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2차 전원회의에서 각각 1만1140원과 9670원의 4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전년대비 15.8%, 1.2% 인상한 제시안이다.
앞서 노사가 제시한 최저임금 격차는 △최초 제시안 2590원(노:1만2210원/사:9620원) △1차 수정안 2480원(노:1만2130원/사:9650원) △2차 수정안 2300원(노:1만2000원/사:9700원) △3차 수정안1820원(노:1만540원/사:9720원) 등으로 계속 좁혀졌다.
12차례 회의와 4차례 수정제시안 제출로 노사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간극은 크다. 최임위는 오는 13일 13차 전원회의에서 계속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이 지난달 29일로 이미 종료된 상황에서 최임위 위원장은 노사의 합의와 조율 과정을 독려할 수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당시 노동계의 3, 4차 제시안이 각각 1만 80원, 1만90원, 경영계가 9310원, 9330원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최임위 위원장은 △상한선 9860원 △하한선 9410원의 심의촉진 구간을 설정한 바 있다. 심의촉진 구간 설정에도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공익위원은 최종 중재안을 제시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취업자 증가율'이라는 산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밖에도 2014년에는 '협약임금 인상률+소득분배개선분', 2018년에는 '유사금로자임금+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분+협상배려분+소득분배개선분'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했다. 한편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이다.
최저임금 논쟁의 해답은?
2024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과연 최저 시급 1만원의 시대가 올까?
매년 이맘때쯤이면 경영계와 노동계가 치열하게 대립한다. 다음 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주체인 경영계와 노동계는 서로 상반되는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에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수차례 회의를 거듭한다.
‘나 대학생 시절엔 시급이 4000원대였는데 언제 9000원대까지 올랐나’라며 잠시 추억에 잠기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올 것인가’란 뉴스 헤드라인을 클릭하며 귀추를 지켜본다.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존권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다.
2013년 최저임금 4860원, 그리고 2023년 최저임금 9620원. 분명 10년 새 2배가량 금액이 올랐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분명 최저임금은 꾸준히 상승해왔는데 도대체 왜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최저임금이 오른 덕분에 삶이 나아졌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까?
최저임금이 올라도 삶이 더 나아지지 않는 이유.
좁혀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분쟁을 관전하던 중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과 물가상승률 비교 결과 물가상승률(7.7%)이 최저임금 인상률(6.6%)을 앞지르며 노동자 실질임금이 저하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며 유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의 삶이 나아지지 않은 이유의 실마리가 되어줄까? 경제학의 관점에서 전문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남시훈 교수에게 자문을 얻었다.
남 교수는 “삶이 더 나아진다는 체감 기준은 최저임금의 상승만 작용하는 것이 아닌, 근로장려금과 같은 다른 저소득층 임금지원제도,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제도, 전반적인 경제의 추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무엇 때문이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유가 ‘최저임금 상승률보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실질임금이 줄었기 때문’이란 주장이 옳다고 보긴 힘들다”라고 말했다.
실제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이 반영된 수치로, 물가상승을 감안해도 GDP가 1년에 2~3%씩은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조금씩일지언정 국내총생산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평균을 기준으로 한 수치로,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얻는 이득과 손해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더 큰 이득을 얻고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맹점은 남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득과 실.
현재 2024년 최저임금을 두고 노동계는 ‘1만2000원까지 올려야 한다’, 경영계는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완전히 상반되는 주장의 조율점을 찾기 위해선 원론으로 돌아가 최저임금 인상의 득과 실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잘 알려진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중요한 순기능은 저소득층 생활 지원을 통한 빈곤 완화 및 불평등 완화, 내수 활성화다. 반대로 역기능은 물가상승 및 고용 불안정, 일자리 감소 등 고용 부문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과연 참인지 실증분석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 교수의 말에 따르면 여러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주장 중 현재 학계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된 사람들의 임금 증가로 인해 고용 불안정이 발생하느냐’라는 점이다. 1990년대까지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엔 최저임금이 약간 오르는 경우 일자리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상당히 발표되면서 다수의 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상태라고.
그러나 어느 한쪽의 의견이 압승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것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일자리가 ‘약간’ 감소한다면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게는 실업보험 등 다른 수단으로 도움을 주자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했으니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며, 이로 인한 역기능은 다른 제도적 장치로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인 셈이다. 그 외 또 다른 순기능인 내수 활성화, 역기능인 물가상승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인가?
2024년 최저임금 인상 협의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차등 적용이 시행 될 것인가다. 최저임금법 4조에 있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란 문구에 기인해 매년 논쟁을 일으키지만 1988년 이후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다만 올해 특히 더 주목하는 이유는 현 정부가 대통령 선거에서 내걸었던 공약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해 표결한 업종별 차등화 방안은 부결됐지만 ‘어쩌면 올해는 시행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어떤 방식의 차별 적용이 논의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회자되고 있는 방법은 ‘업종별’과 ‘지역별’ 두 가지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현행과 달리 산업별로 다르게 정하는 방식이다. 경영계는 이에 대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보았을 때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노동계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 생활권을 보장하겠다는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사실 업종별 차등 지급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업종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더라도 반드시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 1988년 시행 첫해에 큰 반발을 사며 사라진 이후 35년간 부활하지 못한 데엔 이유가 있다. 지역별 차등 지급은 시도된 바 없지만, 업종별 차등 지급보단 훨씬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 지역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수도권보다 더 많이 지급해 인구 유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큰 골자로 현재 지역 간 불균형은 극단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심화되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는 터. 이미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까지 발의해둔 상태(6월15일 기준)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와 어긋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할 듯싶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 기준은 매해 팽팽하게 대립하지만 늘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당연한 결과다. 왜냐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하는 건 ‘협상’이기 때문이다. 중고시장에 5만원짜리 물건이 나왔을 때 구입자는 지불할 능력이 있어도 4만5000원까지 깎고 싶고 판매자는 여건상 할인해 줄 수 있더라도 정가를 다 받고 팔고 싶은 마음이듯 말이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노동계에서는 더 많이 받아내려는 것이 당연하고 경영계에서는 임금을 높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매번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노동계와 경영계 외에, 공무원과 연구자들로 구성된 공익위원 9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전문성을 갖고 어떤 방향이 국민 경제 전반에 제일 좋은지 고민하며 맞춰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올해도 완전히 반대 방향을 향한 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줄다리기는 어느 한쪽이 완승해서는 안 되는 싸움이란 사실이다. 어느 한쪽도 패배하거나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지 않게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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